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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덥고 힘든 고추 농사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B010302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자현

지금은 예전의 명성을 잃었지만, 고추는 고창군의 주요 특산물 중 하나였다. 고창군에서 일찍이 ‘해풍고추’를 상업적으로 브랜드화 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는데, 그에 따라 한때는 고추 농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해풍고추를 알리는 홍보물에는 “전국 최고의 게르마늄을 함유한 황토 땅에서 터널식으로 재배하고 칠산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태양열을 이용, 자연 건조하므로 색상이 선명하고 고추 껍질이 두꺼우며 고추 특유의 매콤 달콤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고추 농사 과정]

선운리 진마마을에서도 2000년경까지는 주요 소득 작물로 고추를 많이 재배했다. 고추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먼저 밭갈이를 해야 한다. 밭갈이 시기는 1월이나 2월경이 좋다. 만약 집 안에 일이 있어 밭갈이가 늦어지면 늦어도 3월까지는 해야 한다.

3월까지 밭갈이를 모두 마치면 흥덕면소재지나 부안면소재지에 있는 ‘농약방’에서 고추 모종이나 씨앗을 구입한다. 예전에는 부안에 있는 농약방을 많이 이용했으나, 근래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흥덕에 있는 농약방을 이용한다.

아예 다 큰 고추 모종을 사와 밭에 옮겨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씨앗을 구입하여 육묘장에서 싹을 틔워 고추 모종을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 씨앗에 싹이 트면 네모진 모종판에 옮겨 심은 다음 정성껏 물을 주어 키운다. 그렇게 하여 5월이 되면 꽃이 맺히고 고추 모종이 되는 것이다.

고추는 꽃을 맺는 순간부터 농약을 뿌려야 열매를 상하지 않게 수확할 수 있다. 고추 재배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탄저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잎이 마르면서 열매가 허옇게 변하고 다른 고추에 번져 전멸하게 된다. 그래서 꽃을 맺은 순간부터 열매를 수확할 때까지 7~8번은 농약을 쳐야 한다. 고추의 수확은 8월 초순부터 시작하여 9월 말까지 이어지는데, 보통 6~7번 정도 수확을 한다.

[심고 따고 말리고 다 사람 손이 필요해]

아마도 고추 농사만큼 노동 집약적인 농사는 없을 것이다. 고추 농사에 비하면 벼농사는 아무것도 아니다. 벼농사는 이앙기나 콤바인 같은 기계가 많은 작업을 대신해 주고 있지만, 고추 농사는 모든 과정이 오로지 사람 손을 거쳐야만 이루어진다. 심고 따고 말리는 모든 과정에서 기계가 끼어들 공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디 그뿐인가. 잡초가 나지 않게 비닐을 깔아 줘야 하고, 바람에 넘어질세라 말뚝을 박아 묶어 줘야 한다. 탄저병이 돌았다 하면 다 죽기 때문에 농약도 여러 차례 쳐 주어야 한다. 조금만 늦어도 물러 터지기 일쑤니 익자마자 바로 따서 말려야 한다.

더구나 고추 따는 일만큼 힘든 일이 어디 있으랴. 고추가 익어 가는 시기가 한여름 아니던가. 고추밭에 들어서기만 해도 그놈의 뙤약볕이 뼈 속까지 파고든다. 모자를 쓰고 수건을 칭칭 감아도 얼굴은 고추처럼 익어 버리고 만다. 그 높이는 왜 그리도 어중간한지,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그 엉거주춤한 자세로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두리번거려야 빨간 놈이 얼굴을 내밀지 않던가. 캡사이신의 그 매운 맛이 코끝을 건드려 자꾸 재채기를 호출하고, 잘못하여 고추 따던 손으로 눈을 비비기라도 하면…….

이렇게 고추 농사 지어 번 돈으로 진마마을 사람들은 자식들 공납금도 내고 공책도 사 주도 연필도 사 주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고창군에서 지정해 준 복분자를 새로운 소득 작물로 재배하게 되면서, 지금은 예전처럼 고추 농사를 많이 짓지 않는다고 한다.

[정보제공]

  • •  김사채(여, 1925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 •  이만철(남, 1934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 •  김수성(남, 1947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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