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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여덟 번 손이 가는 벼농사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B010301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자현

[농사철이 되면 농부, 바다로 나가면 어부]

옛날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사람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했다. 농사철이 되면 농부로 살았고 바다에 나가면 어부로 살았다. 하지만 바다를 막는 거대한 토목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어부로 살 수 없었다. 바다는 농토로 변하고 어부는 농부가 되었다.

간척이 된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농사를 주업으로 삼고 있다. 진마마을의 땅은 농사짓기에 그리 좋은 땅은 아니다. 자갈이 많아 논이나 밭을 갈 때 날이 부러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진마마을 사람들은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굵은 땀방울을 뿌리면서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진마마을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벼와 보리 이모작을 했으나, 근래 들어 이모작을 하지 않는다. 이모작을 하면 벼를 수확하는 시기가 늦어지는데, 이는 보리 수확이 끝나야만 모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마마을에서는 벼 품종으로 밥맛이 좋은 ‘동진1호’와 ‘아키바리’를 많이 심었으나, 최근에는 수확량이 많은 ‘삼덕벼’로 바꿔 2009년까지 심었다. 그러다 2010년부터는 마을 주민 모두가 ‘호품벼’를 심기로 했다. 호품벼는 수확량이 많고 밥맛도 좋아 상품 가치가 높다고 한다.

[1년 열두 달이 일이야]

농사의 첫 단계는 논갈이다. 보통 추수가 끝난 후 11월에 하는데, 종종 이듬해 2월에 논갈이를 하기도 한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농기계가 보급되지 않아 소와 쟁기를 많이 이용했는데, 그 뒤로 경운기를 이용하다 요즘에는 대부분 트랙터를 이용해 논갈이를 한다.

4월에 접어들면 본격적인 벼농사가 시작된다. 먼저 볍씨를 골라 싹을 틔워야 하는데, 쭉정이를 빼내고 잘 여문 볍씨만을 골라 1주일 정도 물에 담가 싹을 틔운다. 이때는 물의 온도가 일정하고 물을 매일 갈아 주어야 싹이 골고루 올라온다. 볍씨에 싹이 트면 모내기 상자에 고운 흙을 담고 볍씨를 촘촘히 뿌려 싹을 키운 다음 논에 못자리를 만들어 5주일 정도 모 기르기를 한다. 모가 다 자랄 즈음 논에 로터리를 치고 굳기를 기다려 모내기를 한다.

모내기를 하고 나면 거름을 주고 물 관리를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벼라고 부른다. 벼가 논에 뿌리를 내리고 나면 농약을 치기 시작한다. 벼멸구와 같은 해충을 퇴치하는 살충제와 잎마름병을 예방하는 살균제를 주로 많이 쓰는데, 특히 잎마름병에 걸리면 그 논의 벼들이 모두 전염되어 죽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7월에는 벼에 이삭이 팬다. 이른 벼[조생종]는 7월 초에 이삭이 생겨 7월 하순에 이삭이 패기 시작하고, 늦은 벼[만생종]는 7월 하순에 이삭이 생겨 8월 중순경에 이삭이 패기 시작한다. 이삭이 생길 때부터 벼가 익을 때까지는 물이 많이 필요하다.

9월이 되면 누렇게 익은 벼들이 황금 들판을 이룬다. 진마마을에서는 9월 말부터 벼 베기가 시작된다. 벼 수확이 끝나면 건조기에서 넣고 40~45℃에서 잘 말려 수매를 하거나 창고에 보관해 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같이 먹은 쌀. 농부의 손길이 88번 거쳐야 쌀이 된다고 하여 한자로 88(八十八)이 조합된 ‘米(미)’자를 쓴다고도 한다. 도시의 아이들은 벼를 ‘쌀나무’라고 부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농부들에 대한 고마움을 한 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

[정보제공]

  • •  김사채(여, 1925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 •  이만철(남, 1934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 •  김수성(남, 1947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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