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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00013
한자 覆盆子-風川長魚-
영어의미역 Raspberry Wine Meets Pungcheon Eel
분야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상휘

[개설]

고창의 선운산 주변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복분자술과 함께 풍천장어가 특산물의 하나로 회자되어 왔다. 누가 뭐라 해도 오랜 옛날부터 고창군은 고창수박과 복분자술, 풍천장어의 고장으로 유명하였다. 특히 이글거리는 숯불에 구운 풍천장어의 심오한 맛은 먹어 본 사람이 아니고는 절대 알 수 없다는데, 이 때문에 고창 지역에서는 옥황상제가 고창 지역에서 살다가 죽어서 하늘로 온 사람들에게 풍천장어 맛에 대해 물어 본다는 전설도 전해 오고 있다.

[고창 지역의 대표 특산물 복분자와 풍천장어]

복분자는 장미과(薔薇科, Rosaceae)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다소 붉은빛이 도는 줄기에 가시가 나 있다. 잎은 3~7장의 잔잎으로 이루어진 겹잎으로 어긋나며, 잎 가장자리에는 겹톱니[複鋸齒]가 있다. 5~6월에 연한 붉은색 꽃이 산방꽃차례를 이루어 피며, 꽃잎은 5장이고 꽃받침 잎보다 짧다. 열매는 7~8월에 붉은색으로 익기 시작하여 딸기처럼 점점 검붉게 된다.

열매는 복분자라 하여 식용하거나 말려서 한방에서 보신제(補身劑)로도 사용한다.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고 내한성도 강한데, 잔뿌리가 많아 옮겨 심어야 잘 자란다. 음력 5월에 익은 열매가 검붉은색을 띠므로 오표자(烏藨子), 대맥매(大麥莓), 삽전표(揷田藨), 재앙표(栽秧藨)라고도 불렸다.

복분자란 이름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은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옛날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이웃 마을에 볼 일을 보고 돌아오다가 길을 잃게 되어 배가 고파 우연히 덜 익은 산딸기를 먹게 되었다. 시기는 했으나 너무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고는 겨우 집으로 돌아 왔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는데 소변 줄기가 너무 힘이 세어 오줌 항아리가 뒤집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 분(盆)’을 합해 ‘복분자(覆盆子)’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생김새는 작은 단과가 여러 개 모여서 덩어리를 이룬 것으로 원추형이나 눌려진 구형을 이루고 있다. 바깥 면은 황록색 또는 엷은 갈색을 띠고 끝 쪽은 둥근 원형을 이루고 꽃받침의 중심부는 함몰되어 있다. 고창복분자 품종의 특성은 중국, 유럽 등에서 자라는 나무딸기에 비해 당도와 색깔이 진하고 오랫동안 고창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하여 재래종으로 특이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해풍을 맞아 다양한 고기능성 및 유효 성분이 뛰어난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복분자의 유효 성분은 탄수화물로 포도당[43%], 과당[8%], 서당[6.5%], 펙틴 등이 들어 있고, 함유 유기산으로 레몬산·사과산·살리실산·카프론산·개미산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B·C가 들어 있고, 색소 성분으로 카로틴·폴리페놀·안토시안·염화시아닌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배당체 함유 씨에는 기름[11.6%]과 피토스테린[0.7%]이 함유되어 있다.

선운산 어귀 바닷물과 밀물이 합해지는 주진천[인천강] 지역을 풍천이라 한다. 실뱀장어가 민물에 올라와 7~9년 이상 성장하다가 산란을 위해 태평양 깊은 곳으로 회유하기 전 바닷물과 밀물이 합해지는 지역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잡힌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한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하면서 환경이 오염되고 남획으로 인해 자원량이 고갈되면서 한때 풍천장어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이에 고창군에서는 특수 시책 사업으로 풍천장어의 옛 명성을 되찾고자 갯벌풍천장어를 개발하게 되었다. 갯벌풍천장어는 일반 양식 장어를 자연 상태의 축제식 양식장에 바닷물로 최소한 6개월 동안 사료 급여 없이 자연 상태 그대로 성장토록 하는 것으로, 색깔과 맛·육질 등이 풍천장어와 큰 차이가 없어 고창갯벌풍천장어로 상표 등록하였다

[복분자술과 풍천장어를 만날 수 있는 곳]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어귀에 들어서면 걸쭉한 장승이 한 쌍 서 있다. 남자 장승 앞면에는 ‘신선이 놀러온 반암’이라고 쓰여 있고, 여자 장승 앞면은 ‘복분자가 익는 마을’로 명명되어 있다. 이 반암마을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복분자 체험 교실을 열고 있다.

또한 고창군에서는 고창복분자의 전통성과 복분자의 약리적 효능 등을 홍보하고 고창복분자의 브랜드 파워를 확립해 주민 소득 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매년 6월 고창복분자축제를 열고 있다. 고창복분자축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복분자가 고창 지역 대표 특산물로 이름나 있어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면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고창복분자의 우수성을 체험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제5회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힘센 부부선발대회’가 개최되었는데, 부부가 최강의 힘을 상징하는 복분자를 먹고 부인은 물동이 이고 달리기·타이어 메고 달리기·두더지 잡기 등의 종목으로 대결을 펼쳤으며, 남편은 쌀가마 옮기기·해머치기·대못박기·타이어 메고 달리기·부인 업고 달리기 등의 종목을 통해 무더운 여름 더위를 웃음으로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고창군에서는 2005년부터 매년 8월 8일을 ‘장어 먹는 날’로 지정하고 8월 8일을 전후해 ‘8·8장어먹는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8·8장어먹는날’은 고창수산물축제의 일환으로 치러지던 장어 잡기 대회 및 장어 시식회를 독립적인 행사로 기획한 것이다. 고창풍천장어양만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8·8장어먹는날 행사는 기념식과 함께 ‘관광객 노래자랑’에 이어 ‘풍천장어 잡기 대회’, ‘복분자막걸리 빨리 마시기 대회’, ‘뱀장어요리 품평회’, ‘뱀장어 관련 골든벨 OX퀴즈’, ‘농악놀이’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도 펼쳐진다. 방문객들에게는 시식용 장어를 무료로 제공하여 고창 지역 특산물인 풍천장어를 널리 알리고 있다.

[소설에 보이는 복분자와 신선 이야기]

- 소설에 나타난 복분자와 신선 이야기를 김상휘의 「소년」 에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반암, 그리고 신선이 놀러 온 마을. 인천강은 소년의 삶에 있어서 또 다른 출발이었다.

뒷동산 노송 그늘에 앉은 소년은 인천강 물살과 미루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하늘과 땅이 맞닿고 있는 선운산 자락을 보면서, 소년은 인천강이 휘감아 도는 그곳이 바로 세상의 끝이며, 그 너머는 무슨 세상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래서 철이 바뀔 때마다 고운 색으로 젖어 가는 산과 강물이 맞닿는 선운산 자락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소년의 고향은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다. 그곳은 산수가 수려해서 풍수지리 형상론으로 마을을 감상해 보면 더욱 흥미가 있다. 옥녀가 고운 선율로 가야금을 탄다는 옥녀탄금[(玉女彈琴形]과 금으로 만들었다는 귀중한 술병 금반옥호[金盤玉壺形]와 신선이 술을 마시고 취해 잠이 들었다는 선인취와[仙人醉臥形]가 마을 안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반암마을 산세의 수려함을 경외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선조들이 풍수론으로 그렇게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소년은 옥녀의 가야금 소리를 환청하며, 반암마을로 발걸음을 옮긴 신선의 행보를 동화(洞話)로 읽어내고 있었다.

- 아침부터 삼현육각으로 손바닥만한 반암마을 들녘을 우렁차게 울리고 있다. 연잎처럼 예쁘게 쳐진 하얀 차일이 새 신부를 맞기 위해 봄바람을 안아 낸다. 이날은 반암마을에 혼인이 있는 날이었다. 가마가 탑정에서 반암으로 넘어오는 큰재[對峙] 정상에서 멈추자, 연지곤지 찍은 새색시가 조심스럽게 마을을 향해 내다본다. [각시봉] 새댁을 바라본 시집 장가 못 간 노처녀, 총각 들은 허공을 차 오른 노고지리처럼 신음을 자아낸다. ‘이쁘다!’

이처럼 반암마을 혼례가 농익게 진행되고 있을 무렵, 선인봉에 계시는 신선님도 제비에게 반암마을 혼인 초대장을 받은 터라, 마동에게 출타 준비를 서두른다. 마동은 한손에 말고삐를 매어 잡고, 다른 손엔 풀피리를 불어 가며 여우꼬리 같은 아득한 산길을 열고 있다. 오늘만큼은 일손을 아예 놓아 버리고 되새김질에 여념이 없는 업드린 소[臥牛] 곁[호암 뒷산 우산봉]을 지나간다. 또한 게으른 소 주변에서 모이를 주워 먹는 참새 떼들의 모습까지도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반암마을에 도착한 신선님은 마동에게 당신이 타고 온 말에게도 역시 느러진 소처럼 편안함을 주라 한다. 마동은 말안장을 훌러덩 벗겨 내고[안장바위], 말고삐는 탑정에 매어 놓고 배가 고프면 먹을 수 있는 여물이 가득한 구수통[탑정 구수댕이]까지 밀어 넣어 준다. 그리고 마동은 가냘프게 가야금을 타는 옥녀의 모습[옥녀탄금혈(玉女彈琴穴)]에 넋을 놓아 버린다.

아뿔사! 신선님 역시 옥녀의 가야금 소리와 신부의 아름다운 자태에 취해 버린 까닭일까, 복분자 맛에 취해 버린 걸까? 일 배, 이 배 또 일 배에 저절로 신바람이 난다. 취기가 도도해진 신선님이 선운사 바람을 등에 지고 넓은 도포자락을 너울대니 이를 선인무수형이라 했던가? 밤하늘에 탐스럽게 솟아오른 젖 달을 안고 고갯마루에서 뒹굴어 볼 언덕배기가 바로 반암에서 호암으로 가는 길목이 인월재[引月峙]다. 신선님이 인월재에 앉아 반암의 팔경을 살펴보니 술맛이 저절로 솟구친다.

일경은 초당(草堂)이요, 이경은 반암고송(盤岩孤松)이라. 삼경은 인천백학(仁川白鶴), 사경은 덕산명월(德山明月)[차일봉], 오경은 정지관어(亭池觀漁)[정자덩], 육경은 사촌비연(沙村飛鳶)[인천강 백사장], 칠경은 조평숙운(朝坪宿雲)[앞번덩], 팔경은 수암명종(水庵鳴鐘)이다. 또한 신선님은 반암의 그러한 풍광을 살피면서 일 배, 이 배를 더 하니, 인천강 너머 쪽 부정리 뒷산인 좌구사폐[坐狗四吠形]가 보인다.

구암 뒷산은 광대무후, 병바위 앞에는 말안장바위, 그 옆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선바위, 구황산, 선인무수, 옥요재와 소요산으로 펼쳐진다. 또한 반암 차일봉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탑정리요, 상탑 뒷산은 쌍나발등, 그 옆은 작은 장군대좌로 남성등과 사이 금침등이 있고 옥녀봉 좌측에 여성골[옥녀단좌]이 있으니 자연 조화가 극치를 이루고 있다. 마명 뒷산은 천마순풍이 있고, 그 옆은 구술재[강아지]가 있다. 탑정에서 반암 쪽으로 넘어오는 바위는 농바위[북]요, 그 밑은 구시둠벙이라, 교좌바위에서 내려앉은 각시봉이 예쁘게 앉아 있으니 술 한 잔 마시고 춤추기에 안성맞춤의 분위기다. 신선님의 기분이 갈수록 깊어지니 잔치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산엔 벌써부터 괘등에 불[괘등혈]이 밝혀지고, 신선님의 넘치는 술잔에 마을 사람들도 마냥 흥겹기만 하다. 반암마을 사람과 어우러진 신선님은 취기가 도도해지자, 이 모습을 바라본 애마가 하늘을 보며 애타게 울어댄 마명(馬鳴)이 보인다. 옥녀의 자태에 넋을 잃어버린 마동은 그때서야 말의 울음이 신선님의 술 분위기에 방해될까 봐 입에다 후다닥 자갈을 물린다[자갈등]. 사위는 갑자기 조용하다. 이제 신선님도 대취로 인해 그대로 누워 버렸으니 선인취와(仙人醉臥)가 바로 이곳이 아니던가? 신선님이 쓰러지면서 발길로 복분자 술상을 차 버리자, 저 멀리 나뒹굴어진 술상이 바로 소반바위요, 술병은 뒹굴어 거꾸로 꽂혀 버려 바위가 된 것이 병바위다.

아직도 반암마을 사람들은 신선님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작은 편린은 술병에 남아 있는 신선주[즉 복분자]가 인천강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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