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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마을 이전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B030102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한미옥

[고창만큼 아름다운 고장도 없어요]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새마을지도자 최영일[1956년생] 씨. 그의 집은 마을 사람들과는 조금 떨어진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양계장이다. 본래 최영일 씨는 진마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익산에서 태어났다. 학교를 다니고 결혼과 함께 일가를 이루며 살아온 근거지는 군산이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동생이 고창에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이 무렵 그에게 비춰진 고창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감탄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고창에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 중에서도 진마마을의 입지 조건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 양계장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을 사람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저희가 여기 올 때[2002년 2월]는, 일단은 동네에서 축사일이라는 자체가 있기 때문에. 어~ 처음 만남에서는 좀, 뭐라 그럴까, 거부감이라고 그럴까……. 아무래도 축산을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상당히. 제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생각헐 때, 냄새가 나고 어찌고 헌다고 이렇게 해 가지고.”

최영일 씨는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외부인이었기에 양계장 주변을 더욱 깨끗이 관리했다. 그런 그의 노력 덕분인지 그의 양계장에서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부인 김혜숙 씨가 마당 한 켠에 꾸며 놓은 향기 가득한 꽃들 때문이었을까……. 환영받지 못했던 그들 부부에게 동네 사람들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놀러와 차 한 잔을 마시고 간다.

[외부인에서 새마을 지도자가 되다]

그렇게 7년 전 이 마을에 들어올 때 그는 외부인이면서 동시에 혐오 시설이라고 말하는 양계장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7년 후인 2009년 2월, 그는 진마마을 새마을 지도자가 됐다. 그가 이곳에 들어와 살게 된 그날부터 진마마을은 그의 고향이었다.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이곳에 들어왔지만, 그는 살면서 차츰 알아가게 된 진마마을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에 더욱 강하게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제가 동네에 와서 뭐, 또 뭘 느꼈냐……. 장례, 거시기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잖아요? 근데 여기 와 가지고 보니까. 장례를 그래도, 지금도 전통 방식으로 하는 그것이 있드라고요. [부인 김혜숙[1961년생] 씨: 그거도 그거지만, 며칠을, 3일이믄 3일을 가서 헌신적으로 거 가서 해 주드라고요.] 인제, 그 헌신적으로 허는 것은 옛날 시골에서는 거의 그런 게 있었잖아요. 그런데 여기 오니까 그게 남아 있드라니까요. 그런 것을 보고. 아, 그거 보면서 또 느낀 점이 뭔고 허니, 젊은 층이 없더라는 거죠. 그래서 야, 이거 동네가 빨리 발전을 해 가지고 젊은 애들이 와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지.”

전통의 풍습이 여전히 살아 있는 아름다운 마을 진마. 하지만 젊은이들이 없는 마을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기에 최영일 씨는 젊은이들이 들어와 살 만한 마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고 한다. 2009년 처음으로 벼농사를 지었다는 그가 진마마을의 새마을 지도자로 선출된 것도 2009년이다.

‘벼농사’와 ‘새마을 지도자’는 외부인이었던 그를 진마의 ‘마을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그는 마을의 여러 일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향후 마을 일에 대한 계획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동네를 만들라고 노력은 하는데……. 저희 [개발]위원장님이나 이장님 같은 경우는 어떤 생각도 갖고 있는고 허니. 말허자믄, 누구, 흥덕떡[흥덕댁]이 아니라, 그 집을 예를 들어서, 백일홍이면 백일홍만 피게 하고. 백일홍집, 해바라기집, 봉숭아집, 그런 식으로 해 가지고. 동네, 말허자믄 주택, 그 정원을 그런 식으로 해 가지고. 그런, 생각들도 갖고 있고. 아이템을 갖고 있어요.”

집집마다 각각의 꽃이 피고 사계절 내내 꽃이 지지 않는 마을 진마. 그 일을 위해 그는 2년 동안 새마을 지도자의 임기를 충실하게 채울 것이다. 현재 부안면에서 진마마을로 들어오는 길 양쪽에는 국화가 심어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인근 마을의 새마을 지도자들이 합심하여 한 일이라고 한다. 또, 선운사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는 해바라기가 심어져 있는데, 이는 부녀회에서 심은 것이라고 한다.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마을 진마. 이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언제든 그 꽃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꽃보다 더 진한 향기를 가진 마을 사람들의 마음의 향내를 맡게 될 것이다.

[정보제공]

  • •  최영일(남, 1956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양계장 운영)
  • •  김혜숙(여, 1961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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