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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남긴 바람의 흔적을 찾아가다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B020401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정명철

[미당의 외갓집에서 생가까지]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은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다. 그래서인지 진마마을에 들어서면 시인이 살아온 인생과 문학의 흔적들이 즐비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풍경은 ‘미당 외가’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는 방앗간이다. 그 방앗간 뒤편이 시인의 외할머니가 살았던 곳이다.

미당의 시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에는 “나는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되게 들어 따로 어디 갈 곳이 없이 된 날은, 이 외할머니네 때거울 툇마루를 찾아와, 외할머니가 장독대 옆 뽕나무에서 따다 주는 오디 열매를 약으로 먹어 숨을 바로 합니다. 외할머니의 얼굴과 내 얼굴이 나란히 비치어 있는 이 툇마루에까지는 어머니도 그네 꾸지람을 가지고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는 구절이 있다.

그곳에서 마을 표지석이 서 있는 길을 따라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대시인의 의자’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대시인의 의자는 서정주 시인의 소학교 시절 나무 의자를 표현한 것으로, 진마마을의 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 마을 모정을 지나면 시인의 생가가 나온다.

생가에 들어서면 먼저 다섯 살짜리 어린 시인이 다듬잇돌을 베고 잠들어 있는 조형물이 보인다. 그 뒤로 미당의 시 「다섯 살 때」가 적혀 있다. “내가 고독한 자의 맛에 길든 건 다섯 살 때부터다. 부모가 웬일인지 나만 혼자 집에 떼 놓고 온 종일을 없던 날, 마루에 걸터앉아 두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가 다듬잇돌을 베고 든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것은 맨 처음으로 어느 빠지기 싫은 바닷물에 나를 끄집어들이듯 이끌고 갔다.”

미당은 그곳에서 아홉 살까지 살았다. 생가에는 두 동의 초가집과 우물이 있다. 이 집은 1942년 미당의 아버지가 별세한 후 친척이 관리하다가 1970년께부터 방치됐던 것을 2001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다.

생가를 빠져 나오면 미당교가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면 미당시문학관으로 이어진다. 미당교를 건너지 않고 마을 안길을 타고 더 들어가면 시집 『질마재 신화』에 나오는 도깨비집이 나오고, 그 앞으로 「간통사건과 우물」이란 시의 배경이 되는 우물도 보인다. 도깨비집에서는 험악하면서도 익살스런 표정으로 지나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여러 가지 모양의 장승들을 만날 수 있다.

[미당시문학관과 바람의 자전거]

고즈넉한 고샅길을 따라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미당시문학관으로 빨려 들어간다. 2001년에 개관한 미당시문학관은, 미당의 작품과 활동, 삶에 대한 기억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아담한 문학관이다.

옥상 전망대로 올라가면 서쪽으로 미당의 생가가 그대로 들어오고, 멀리 줄포만이 길게 이어진다. 북쪽으로는 안현마을미당이 영면하고 있는 묘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늦가을 안현마을 뒷산은 온통 노란 빛깔이다.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제2전시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970~1980년대 초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마룻바닥이 방문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여기에서도 미당의 시와 유품을 만날 수 있다. 밖으로 나온 운동장을 둘러보면, 거대한 자전거 모형이 눈에 들어온다. 날렵하게 서 있는 모양새가 바람을 뚫고 달리는 듯하다. 「자화상」에서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는 구절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름 역시 ‘바람의 자전거’라고 붙였다.

•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 선운산 나들목 → 선운사 방면 좌회전 → 국도 22호선 → 삼인교차로 → 용선삼거리 → 상포 방면 우회전 → 지방도 734호선 → 진마마을

• 숙박 정보: 시인의 마을은 진마마을, 안현마을, 신흥마을, 서당마을로 구성된다. 이곳에서 민박을 하면서 밤하늘 별자리나 미당시문학관, 묘소 등을 둘러보고 길을 나서면 느끼는 게 남다르다. 마을 이장에게 문의하면 예약이 가능하고, 단체인 경우에는 마을회관 사용도 가능하다. 미당시문학관 앞에 ‘해피하우스펜션’이 있고, 진마마을과 서당마을 사이에 ‘산노을펜션’도 있다.

[정보제공]

  • •  서정태(남, 1923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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