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목차

시문학관에서 서정주를 만나다 이전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B020203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청우

[폐교를 리모델링한 미당시문학관]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은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다. 바로 그곳 진마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 시인을 기리기 위한 건물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진마마을의 명물이 된 미당시문학관이다. 미당시문학관은 2862평[약 9461㎡]의 부지에 푸른 잔디가 선연한 운동장과 전시동, 그리고 근처에 이웃해 있는 서정주 생가를 함께 아우르고 있다.

미당시문학관은 1997년 7월 15일 미당시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가 창립되면서 비로소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봉암초등학교 선운분교가 폐교되자 1998년 7월 23일 그 부지를 매입한 후 리모델링을 거쳐 2001년 11월 3일에 개관을 했다.

서정주 시인의 흔적을 찾아 이곳을 방문하는 길손들을 위해 마련한 미당시문학관 푯말을 지나 문학관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잔디운동장과 독특한 생김새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에는 커다란 자전거 조형물이 놓여 있는데, 이 자전거는 시인의 「자화상」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런데 도무지 자전거와 「자화상」이란 시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 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자화상」이란 시를 가만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위의 구절을 직접 소리 내어 발음해 보면 ‘팔할’과 ‘바람’은 그 나오는 소리가 비슷하다. ‘팔할’과 ‘바람’, ‘바람’과 ‘팔할’, 어쩌면 이 두 시어야말로 한평생을 떠돌이로 살 수밖에 없었던 서정주 시인의 젊은 날을 가장 간결하게 대변해 주는 한 마디의 선언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전거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자전거에 대한 의문은 바로 위의 시어들로부터 간단히 풀려 버리고 만다. 한 마디로 말해 여기 서 있는 자전거는 시에서 등장하는 단어 ‘팔할’에서 숫자 ‘8’을, 그리고 그것에 덧붙여 ‘바람’처럼 달리는 자전거의 두 바퀴를 결합한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인 것이다.

[시인의 체온이 느껴지는 유품들]

운동장 중앙을 바라보며 자리 잡고 있는 미당시문학관의 본관은 봉암초등학교 선운분교 건물을 다시 디자인하여 만든 것으로, 가운데의 육면체 건물은 주변 경관과의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페인트를 칠하지 않은 ‘노출 콘크리트’ 방식으로 지어져 있다. 특히 여름에는 덩굴의 푸른 잎이 건물을 뒤덮는데, 이 또한 꾸미지 않아 운치 있고 자연스러운 미당시문학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양옆으로는 오래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학교 건물이 이어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하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내부에는 일반 전시실과 서정주 시인의 서재를 복원해 놓은 재현실, 그리고 세미나실과 다용도실,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어 서정주 시인의 삶을 추억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제1전시동[중앙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으로 들어가면 12석 규모의 영사실과 서정주 시인의 시집과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안내 데스크 및 창고, 그리고 관리실 등이 위치해 있으며, 왼쪽으로는 제2전시동, 오른쪽으로는 세미나실이 마련되어 있다.

제2전시동은 은은한 채광과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면면이 방문자의 마음을 한층 편하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옛 건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나무 마룻바닥이 발에 사뿐히 와 닿는 감촉과 나무 장식장들이 주는 고즈넉함이 그것이다.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정감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주는 꾸밈이 아닌가 한다. 제2전시동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모두 서정주 시인의 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다시 중앙[제1전시동]으로 나오면 계단이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다 보면 미당의 흉상과 작품집들을 만날 수 있다. 서정주 시인은 말년에 흐릿해지는 기억력을 보존하기 위해 전 세계의 산 이름들을 외웠는데, 이 중앙 계단 양옆으로 시인이 말년에 외웠던 산들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으며, 계단을 오르는 정면 벽에는 서정주 시인의 잔잔한 미소가 한층 돋보이는 사진 또한 만나 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서재가 나온다. 여기는 서정주 시인이 영면 직전까지 생활했던 서재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유리벽 너머로 문갑, 테이블, 보료, 지팡이 등이 전시되어 있고, 그 서재 앞 댓돌 위에는 막 벗어 놓은 듯한 흰 고무신 한 켤레가 놓여 있다. 세월의 흔적을 담고 가지런히 놓여 있는 그 고무신을 보니 생전까지 그가 즐겨 신었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서재를 재현한 이 공간에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벽면 곳곳에 서정주 시인의 사진과 시편들이 어우러진 액자들을 만날 수 있다.

2층 전시실을 나와 3층으로 올라가면 육필 원고와 유품들, 서정주 시인의 활동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 액자들이 눈에 들어 온다. 4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쑥국새 이야기』와 『세계 유랑기』 등의 저서들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한 층을 더 올라가면 마지막 전시실이 나오는데, 거기에는 담배 파이프, 각종 모자들, 훈장 등의 유품이 놓여 있다. 서정주 시인의 일상생활과 특별한 순간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들과 그의 손길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한 유품들을 일별하고 나면, 이제 중앙의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세월을 뒤집어 쓴 오래된 시집 같은 풍경들]

전망대에서는 진마마을과 건너편 송현리 안현마을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미당시문학관 옆에 자리한 서정주 시인의 생가를 볼 수 있도록 벽면에 구멍을 뚫고 안내문을 붙여 놓아 흥미로움을 주기도 한다. 더불어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마을 전경과 서정주 시인의 생가뿐만 아니라 멀리 줄포만까지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를 마지막으로 전시동을 빠져나와 다시금 미당시문학관을 바라보게 되면, 처음에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보았던 느낌과 무엇인가가 사뭇 달라져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서정주 시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직접 사용하던 지팡이와 같은 유품들, 그리고 세월을 뒤집어 쓴 낡은 시집들이 유리창을 통해 반사되는 은은하고 고즈넉한 채광이 가득한 문학관의 분위기에 어우러져 서정주 시인의 흔적과 향취를 물씬 풍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관람을 마친 다음에는 서정주 시인과 함께 그의 오랜 삶을 들여다 본 것만 같은 느낌과 우리의 일상 속에 내려 앉아 있던 선홍빛 감성에 한껏 고취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정보제공]

  • •  서정태(남, 1923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