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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을 추억하는 꽃잎들의 축제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B020202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청우

미당 서정주 시인이 태어난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에서는 질마재문화축제위원회와 미당시문학관, 동국대학교 등에서 해마다 국화꽃이 만발할 때 주최하는 ‘질마재문화축제’와 ‘미당문학제’ 등이 열린다. 이런 축제날에는 상상만으로도 흥겨워지는 행사들이 펼쳐지는데, 미당의 시문학을 기리는 의미의 각종 학술 행사뿐만 아니라, 문학 강연과 시낭송 대회 및 콘서트, 각종 마을 생활 체험 행사들이 다채롭게 어우러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국화꽃들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만개하여 행사를 빛내 준다.

[국화 향기 가득한 질마재문화축제]

행사가 한창인 진마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국화꽃이 내뿜는 샛노란 빛깔이다. 미당은 생전에 들국화를 즐겨 보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의 시 「국화 옆에서」를 살짝 읊조려 보기만 해도 단박에 알 수 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로 시작하는 「국화 옆에서」는, 국화꽃을 바라보면서 오랜 방황과 시련을 겪은 한 여인, 즉 자신의 누님을 떠올리고, 결국에 가서는 그 국화꽃을 통해 누님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샛노란 빛깔로 그려 냈던 시다.

그러한 심정을 마음에 담고 여기저기 국화꽃들이 펼쳐져 있는 축제의 현장을 거닐다 보면, 이 시에 등장하는 누님이 비단 시인의 누님만은 아닐 것이며, 국화꽃과 더불어 한평생을 살아온 진마마을 사람들 모두를 가리키는 것처럼 여겨짐은 진마마을 사람이었던 서정주 시인에게도 어쩔 수 없는 심정이었으리라.

이러한 시인의 뜻을 기리고자 질마재문화축제에서는 국화꽃들을 마을 곳곳에 빼곡하게 들여놓았다. 이 국화는 송현리 안현마을[고창안현돋음볕 체험마을]에 있는 언덕과 서정주 시인의 묘소 근처에도 이어져 있는데, 축제 기간 중에 이 일대의 국화꽃 길을 걷는 ‘질마재 국화길 걷기’ 행사를 통해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을 만큼 그 규모가 상당하다.

진마마을 앞 신작로를 건너 구부러진 길을 따라 안현마을로 들어서면, 선명한 노란 빛깔의 국화꽃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들이 집 벽면과 지붕을 온통 뒤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서정주 시인의 묘소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면 이것이야말로 ‘국화 천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지천에 국화가 만개해 있다. 꽃밭에 앉아 사진을 찍는 어린아이와 가족들도 있고, 국화의 노란 빛에 젖어 서로의 감회를 얘기하는 오래된 혹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듯한 연인들도 보인다.

안현마을에서 진마마을 쪽으로 내려오는 왼편 일직선 길까지도 국화꽃들은 계속 이어져 있다. 양편에 피어 있는 노란 국화에 취해서 길을 걷다 보면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장승들까지 가세해 행인의 눈을 더없이 즐겁게 만들어 준다. 길가에 듬성듬성 세워져 있는 이 장승들에는 서정주 시인의 시편들이 현수막 형식으로 걸려 있다. 「자화상」, 「귀촉도」 등 미당의 대표작들을 읊조리며 국화꽃이 수놓아진 길을 내려오는 행인의 마음은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있으리라.

[미당을 기리는 미당문학제]

미당문학제는 미당시문학관을 중심으로 열린다. 하늘에는 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떠 있고 시문학관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가판대가 즐비하다. 각종 먹을거리, 고장의 특산품 등도 여기 저기 눈에 띈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행사는 오후 시간에 미당시문학관에서 열린다.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기념사, 축사, 미당문학상과 백일장 시상, 시낭송과 판소리 공연 등도 이어진다.

기념회가 열린 다음날에는 ‘질마재 문화 체험’도 치러진다. 그런데 이 문화 체험의 내용이 이색적이다. ‘물동이 이고 걸어가기’나 ‘눈들 영감 분장하고 마른 명태 먹기’, ‘알뫼집 개피떡 빚기’가 그것인데, 이는 모두 서정주 시인이 남긴 시편들의 내용에서 나온 것들이다. 『질마재 신화』에 실린 「눈들 영감의 마른 명태」라는 시에서는 “눈들 영감 마른 명태 자시듯”이란 말이 질마재 마을에 있다고 한다. “우아랫니 하나도 없는 여든 살짜리 늙은 할아버지”인 눈들 영감. 시인은 여기 얽힌 이야기를 ‘신화의 일종’이라고 소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감의 머리에는 꼭 귀신의 것 같은 낡고 낡은 탕건이 하나 얹히어 있었다”고 전하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으로 “그 딴딴히 마른 뼈다귀가 억센 명태를 어떻게 그렇게는 머리끝에서 꼬리 끝까지 쬐끔도 안 남기고 목구멍 속으로 모조리 넘기시는지” 용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배경이 있다. “하루 몇 십 리씩의 지게소금장수인 이 집 손자가 꿈속의 어쩌다가의 떡처럼 한 마리씩 사다 주는 거니까 맛도 무척 좋으리라”는 것이다. 이 시 구절들에서 진마마을의 옛 생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음직도 하다.

‘알뫼집 개피떡 빚기’ 역시 미당의 시 「알묏집 개피떡」에서 비롯된 행사다. 같은 시집에 실려 있는 이 시에는 “알뫼라는 마을에 시집와서 아무것도 없는 홀어미가 되어 버린 알묏댁”을 소개한다. 이 알묏댁도 참 묘한 인물이다. 타관에 와서 홀몸이 된 탓에 소문도 좋지 않게 나 버린 그네지만, “음력 스무 날 무렵부터 다음 날 열흘까지” 그네의 개피떡 광주리 앞에서 사람들은 외면보다 칭찬하기에 바쁜 것이다.

왜 그런가 하니, 떡 맛하고 떡 맵시가 그네를 당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는 것. “별 다른 연장도 없었던 것인데, 무슨 딴 손이 있어서” 그리도 떡을 예쁘고 맛있게 빚는지, 사람들은 그저 아리송할 뿐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러한 행사는 미당의 시뿐만 아니라 마을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게 하는 장이 될 만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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