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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감성이 묻어나는 풍경들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B020201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청우

[유년의 뜨락은 시의 자양분이 되고]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은 토속적인 서정의 시인으로 유명한 미당 서정주 시인이 태어난 곳이다. 서정주 시인의 시세계는 원초적인 관능미와 생명력에 대한 강렬한 찬사가 돋보이는 첫 시집 『화사집(花蛇集)』[1941]에서부터, 전통적 사유의 깊이를 신화를 빌려 표현했던 『귀촉도(歸蜀道)』[1948]와 『신라초(新羅抄)』[1961]를 거쳐, 토속적인 구어와 생동하는 문체를 바탕으로 질마재에 대한 기억을 담아 낸 『질마재 신화』[1975]ㆍ『노래』[1984]ㆍ『팔할이 바람』[1988]ㆍ『산시(山詩)』[1991], 그리고 자신의 시와 삶이 ‘떠돌이’였으며 끝내 ‘떠돌이’로 남고자 하는 『늙은 떠돌이의 시』[1993]까지 그 변주가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질마재 신화』라는 제목의 시집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자신의 시가 고향인 진마마을에서 비롯되었음을, 그리고 마을이 불러일으키는 정감이야말로 시의 본령이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정주 시인이 시로 나타내고자 한 ‘마을의 정감’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우리는 그것을 시집 『질마재 신화』에 나오는 여러 일화와 상징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토속적 세계, 즉 유년의 뜨락[뜰]처럼 여겨진 마을 공동체의 정감이라고 할 수 있다.

진마마을은 외부로 통하는 길이 질마재 하나뿐인데다, 아래쪽으로는 바다가 막고 있어 다른 마을과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폐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지리적 특성이 오히려 진마마을을 독특한 정감이 어우러지는 신화적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고, 이것이 다시 서정주 시인과 같은 유려한 감각의 시인을 길러 낸 자양분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시인의 흔적들]

선운리에는 서정주 시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진마마을 입구 쪽에는 그가 어렸을 적 글을 배웠던 서당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글공부에 대한 열망은 아직도 그 자리에 오롯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서당의 기억을 돌이켜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세운 ‘대시인의 의자’라는 조형물 앞으로 다가가 보면, 마주하고 있는 도로변에 서정주 시인의 외갓집이 있었던 자리가 나온다. 지금은 집이 없어지고 그 집터만, 그리고 그 앞으로 방앗간이 들어서서 예전의 모습을 알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인의 회상을 거슬러 올라가다 만날 수 있는 외갓집의 정경에서 예전에 있었을 법한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다.

'대시인의 의자' 밑을 통과하여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시인의 생가가 있다. 안채와 사랑채로 지어진 생가는, 서정주 시인이 나서 유년 시절을 보낸 집이다. 미당 생가 옆으로는 얼마 전까지 김복덕[1923년생] 씨가 살다가, 시인의 친동생인 서정태[1923년생] 씨가 오랜 객지 생활을 마감하고 들어와 살고 있다. 시인이 태어났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원형을 살리려 한 집과 그의 어렸을 적 장면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시 「자화상」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미당의 생가에는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현실 상황을 끈끈한 생명력으로 극복하려 했던 시인의 감수성이 배어 있다고 하겠다.

또 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마지막 장소는 옆 동네인 송현리 안현마을에 있는 묘소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은 시인과 관련된 장소가 진마마을엔 없는 것일까? 아니다. 진마마을에 남아 있는 또 다른 ‘흔적’이 있다.

진마마을에는 서정주 시인의 삶과 시문학을 기리는 미당시문학관이 서 있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고, 또 저마다 시 한 구절씩을 읊조리며 일상 속에서 그를 추억한다. 그러한 단편들이 봉암초등학교 선운분교에 모여, 예전보다 가구(家口) 수가 적어지면서 덩달아 아이들도 줄어들어 폐교된 이 초등학교 건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어 미당시문학관으로 변모시킨 것이리라.. 이렇듯 진마마을에는 아련하고 시린 토속적 정감이 새로운 세대들과 만나려 하는 변화의 흐름 속에 공존하고 있다.

[정보제공]

  • •  김복덕(여, 1923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 •  서정태(남, 1923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 •  황점술(남, 1944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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