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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 덕에 널리 알려지는 전통 문화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A020302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나경수

[전통을 지키는 마을]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고색창연마을체험관 안에 붙은 사진들을 보다가 고색창연테마마을 운영위원장한테 예전부터도 가평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달집태우기를 했냐고 물어 봤다. 그런데 “근년에 관광객들이 마을에 오고 그러니까 시작을 했어요.” 하고 대답을 한다. 호남으로도 불리는 전라도의 전통 문화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라는 차이보다는 동부와 서부의 차이가 훨씬 두드러진다. 판소리의 동편제와 서편제가 대표적이지만, 농악의 좌도굿과 우도굿도 그렇다. 또 다른 특징을 들자면, 전라도의 동부에서는 대보름날 밤에 달집태우기를 해 왔고, 서부 지역에서는 줄다리기를 해 왔다. 동부는 밭농사가 많고 서부는 논농사가 많은 까닭에 각기 다른 민속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터라, 서부 지역에 속하는 고창 지역에서 달집태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져 물어 보았던 것이다. 최근에 확인된 바로는, 예전에는 줄다리기를 했던 마을들에서 줄다리기 대신 대보름 세시 풍속으로 달집태우기를 하는 마을이 부쩍 늘고 있다. 줄다리기에 비해서 보기도 좋고 하기도 쉽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데 가평마을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오랜 옛날부터 마을에서 전해 오는 줄다리기를 하면서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의 볼거리를 위해서 달집태우기도 시작한 것이다.

[농촌 체험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난 마을]

2009년 2월 7일 마을에서 열리는 정월 대보름 행사를 보기 위해 30명이 넘는 도시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농촌 체험 관광을 와서 1박 2일 동안 마을에 머물렀다. 이날은 또 특별한 손님들이 마을을 찾아왔는데, 재경고창군산악회 회원들이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마을을 방문해서 줄다리기 줄을 만들고 줄다리기도 함께 즐기면서 모처럼만에 마을에 생기가 크게 돌았단다. 그때 찍었던 많은 행사 장면 사진들이 홍보용으로 고색창연마을체험관 벽에 붙여져 있었다. 반대편 벽에는 농촌 체험 관광을 오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고창 지역의 대표 특산물인 복분자 관련 체험 프로그램도 들어 있었다.

개인이 신청을 해서 마을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여행사 같은 데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도시 사람들을 모집하여 마을을 방문하는데, 고색창연마을체험관이 지어진 뒤로는 단체로 방문을 해도 이제는 걱정이 없다고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매년 대보름이면 가평마을에서는 두 곳에서 마을 제사를 지낸 뒤 줄다리기도 하고, 줄다리기가 끝나면 당산나무 아래 입석에서 줄을 감는 행사를 하는 등 전통 문화가 많이 살아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달집태우기까지 추가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마을들에서는 전통 문화와 민속들이 사라지거나 약화되는 것에 반해서, 가평마을은 반대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도시에서 온 아이들이 가장 크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줄다리기와 달집태우기라고 한다. 줄다리기 줄은 마을 입구 너른 주차장에서 마을 사람들이 직접 줄을 꼬아 만든다. 이때는 30m가 넘은 두 개의 줄을 만드는데, 다 만들어지면 마을 사람들이 줄을 어깨에 메고 마을을 한 바퀴 돈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줄다리기에 쓰는 줄을 단지 놀이도구만 아니라 용이라고 믿어 왔다. 그래서 줄을 메고 온 동네를 한 바퀴 돌면 마을에 잡귀나 나쁜 기운들을 몰아 낼 수 있다고 믿었다. 또 두 편으로 갈라서 줄다리기가 끝나면 마을 안에 있는 당산할머니 앞으로 가져가서 나무 밑에 있는 입석에 감아 놓는다. 용트림을 하고 앉아 마을을 지켜 달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논에는 달집이 만들어진다. 달집은 대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짚 등을 이용해서 원추형으로 만든다. 달집을 둘러놓은 새끼줄에는 도시에서 온 아이들이 자신들의 소망을 종이에 써서 매단다. 달집에 불을 붙이면 달을 삼킬 듯이 불길이 하늘로 솟는다. 대나무가 타들어 가면서 그야말로 폭죽 소리가 요란하다. 예전에는 폭죽 소리에 나쁜 귀신들이 놀라 도망간다고 믿었다.

[농촌 마을도 변화해야 살 수 있지요]

전형적인 농촌인 가평마을은 1년 농사에 가장 큰 소득을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800명이 넘는 농촌 체험 관광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맞아들이면서 마을 사람들은 많이 바뀌고 있다.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 등을 제공하면 농사에 못지않은 소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전에는 논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논농사가 가장 큰 수입원이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복분자를 재배하면서부터 다소 활력이 더하는 듯싶다. 최근에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문의가 많다는 말도 희망적이다.

1965년도부터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농촌 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통계에 나와 있다. 이러한 농촌 인구 감소는 4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인구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농촌에 기반을 두었던 전통 문화 역시 현격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가평마을은 그들이 지켜 왔던 전통 문화를 이제 복분자 덕택에 외부로 알리는 기회를 맞았다. 아니, 그보다는 복분자를 더 널리 알리는 데도 그들이 지켜 왔던 전통 문화가 한 몫을 톡톡히 해 내고 있는 셈이다.

[정보제공]

  • •  고복상(남, 1941년생,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주민, 고색창연테마마을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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