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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풍속으로 본 1년 열두 달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A010601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해숙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사람들은 1년 열두 달 365일 내내 부산하다. 명절도 쇠야 하고, 농사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음력 정월이 되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대명절 설이 돌아온다. 이날은 제일 먼저 조상께 떡국을 쑤어 차례상을 차려 놓고 예를 갖춘 뒤,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하거나 세배를 받으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다. 세배는 집안 어른이나 친지께 먼저 올리며, 이것이 끝나면 마을 어른들을 찾아뵙는다.

[나물명절 쇠기]

세배를 올릴 때면, 어른들은 소원 성취나 건강을 비는 뜻에서 덕담을 해 주고, 음식을 대접하며, 어린아이들에게는 대개 복돈을 준다. 그러고 나서 조상의 묘를 찾아가 성묘를 드린다.

이렇게 설을 보내면 곧 정월 대보름이 돌아온다. 가평마을 사람들은 대보름을 ‘나물명절’이라 부른다. 지난 한 해 동안 준비한 나물을 조상께 차려 놓고 올 한 해도 가족들의 건강과 무사안일 그리고 대풍을 기원한다. 이렇게 준비한 나물, 밥 등을 소에게 주어서 제일 먼저 먹는 것을 보고 그 해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들 공동으로 철륭할아버지와 당산할머니 앞에 제를 모시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좀볶기와 조구신산]

정월이 지나고 2월 초하룻날이 되면 콩을 볶아 먹는데, 이는 ‘좀볶기’ㆍ‘굼뱅이볶기’ㆍ‘버러지볶기’ 등으로 불린다. 좀이나 굼뱅이를 콩 볶듯이 하면 그 해 병충해가 적어진다고 한다. 2월 초하루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된다. 이어 3월 한식 무렵에는 ‘조구신산’이라 하여 조기를 사서 끓이고 밥을 해서 성주에게 바쳐 놓는다.

[초파일과 유두 잔치]

4월 초파일에는 농사짓는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가까운 절을 찾아가 가족들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공을 들인다. 5월 단오는 명절이라 하여 노는데, 가평마을에서는 간단히 상을 차려놓는 것으로 대신한다. 6월 유두에는 일꾼들의 명절이라 하여 하루 동안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놀았다. 가평마을은 예전에 근동에 사는 사람들이 고용살이를 하러 보따리를 들고 많이들 왔다고 한다. 논 열두 마지기[약 7934m²] 정도면 일꾼 없이 농사를 짓지 못하는데, 가평마을은 여느 마을에 비해 논농사를 많이 짓는 편이라 일꾼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6월 유두날이 되면 일꾼들을 위해 한바탕 잔치를 마련해 주었다. 이렇게 6월 유두를 보낸 뒤에 마을 사람들과 일꾼들은 다시 농사에 전념한다.

[백중 만두레와 추석 쇠기]

그러다 7월 칠석, 백중이 되면 농사가 거의 끝난 무렵이라 이날만은 모두가 흥겹게 어울려 논다. 부잣집에서 술을 한 동우[동이], 두 동우씩 내면 자연 여러 동우가 되어 사람들은 종일 술을 마시고 힘자랑을 하게 된다. 또한 이 무렵에 ‘만두레’를 하게 되는데, 농사 잘 지은 일꾼을 소에 태우고 ‘장화꽃’을 만들어 꽂고 굿을 치면서 걸판지게 어울린다. 7월 백중 때는 ‘농제’라 하여 논 가운데 깨끗한 곳에 간단히 제물을 진설해 놓고 제를 모시기도 한다.

8월 추석이 되면 그 해 수확한 쌀로 송편을 빚고 온갖 과일을 장만하여 조상께 차례를 올리는데, 어느 명절보다도 풍성하게 장만한다. 새벽에 차례를 모시고 나서 성묘를 한다. 성묘에 앞서 미리 조상의 묘소를 찾아 벌초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추석과 9월 9일 사이에는 ‘오리심리’라 하여 그 해 다 익은 나락을 훑어 방아를 찧고 솥에 쪄서 조상께 바쳐 놓는다.

[호박떡 먹기와 동지죽 먹기]

10월에는 첫 모날인 말날에 호박떡을 해 먹고 논다. 이 무렵 가평마을에는 신곡이 만발하다고 한다. 그리고 동짓날에는 동지죽을 써서 조상께 바치고, ‘벽사’라 하여 집 주변에 동지죽을 뿌리기도 한다. 또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은 ‘제석’이라 하여 잠을 자지 않고 온갖 음식을 장만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이렇게 매월 조상께 예를 올리면서 농사에 매진하던 가평마을 사람들의 1년 열두 달이 근 몇 십 년 사이에 몰라보게 간소화해졌다. 예전에는 매월마다 조상상을 차렸으나 지금은 설, 대보름, 추석, 동지를 제외하고는 상을 차려 놓지 않는다. 이 날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농사가 마무리 되는 7월 백중날에 하루 날을 잡아 마을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논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봄이나 가을에 마을 사람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인근 풍경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정보제공]

  • •  차순임(여, 1927년생,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주민)
  • •  고남규(남, 1934년생,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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