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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도깨비불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A010303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해숙

[이름도 많고 이야기도 많은 도깨비]

오늘날 전하는 수많은 옛이야기 가운데 도깨비 이야기만큼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전하는 도깨비의 형체는 다양하다. 달걀도깨비, 홑이불도깨비, 등불도깨비, 멍석도깨비, 더벅머리도깨비, 강아지도깨비, 차일도깨비 등 헤아릴 수 없는 도깨비들이 이야기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이는 그만큼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 형태로 전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도깨비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흔히 누군가 실제 목격했다는 경험담의 형태를 띤 이야기들이 많다. 어릴 적에 도깨비를 직접 보았다거나 할아버지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를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실감나게 들려주기도 한다.

도깨비 이야기를 포함한 모든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하는 것인 만큼, 그들의 상상력이나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실제 도깨비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의 여부를 떠나 도깨비 이야기들이 오늘날까지 전해 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들은 도깨비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심성을 표현하고 있고, 상상력이 무궁무진함을 헤아릴 수 있게 한다.

이야기 속에 전하는 도깨비는 냉혹하지 않은 단순한 열정을 지니며, 인간들처럼 웃기도 잘하고 여자를 좋아하며 씨름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친구는 할아버지나 아저씨 그리고 아줌마 등 가리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이 메밀묵을 주면 쉽게 감동하여 좋아하며 따라다닌다.

정이 무척 많은 귀신이 도깨비다. 그러나 정이 많은 만큼 화도 잘 내지만 또 쉽게 용서해 주기도 한다. 잘 도와주다가 의리를 저 버리면 심술을 부리고 무섭게 응징한다. 머리가 좋지 않아 쉽게 잊어버리지만, 감정이 호방하고 욕심 많고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보물을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도깨비가 섬뜩한 귀신으로 표현된 이야기도 전한다. 실제 도깨비에게 홀려서 엄청나게 고생을 하거나 죽음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와 접하면 도깨비가 또 다른 성향, 즉 요괴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홀리는 이야기가 바다일 때는 육지에서 일어나는 경우보다 도깨비가 사악한 귀신과 대등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이는 생업을 고려할 때 농촌은 땅이라는 고정된 바탕이 있으며 인간에 의해 주도적으로 곡식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바다에선 전적으로 바다의 뜻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육지에서는 도깨비에게 홀려도 살아날 수 있지만 바다에서는 도깨비에게 홀리면 며칠 안에 죽게 된다고 한다.

[도깨비한테 홀렸지]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주민 차순임[1927년생] 씨가 들려준 도깨비불을 본 이야기나 도깨비에 홀린 이야기는 모두 가평마을로 시집와서 젊은 시절에 실제 경험한 이야기라고 한다. 저녁에 석유를 사러 갔다가 오는 길에 천둥이 치고 비가 몰아치자 마을 어귀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는데, 이는 도깨비에게 홀린 것이라 한다. 이럴 때 그 자리에 서서 땅을 쳐다보다가 하늘을 쳐다보고 있자 하늘에 별이 보여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도깨비 이야기는 오늘날 상상력과 함께 그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예전에 없던 전기불로 인해 길이 어둡지 않게 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차가 시끄럽게 다니기 때문에 그 많던 도깨비는 이제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제보자가 들려준 이야기 역시 예전에는 늘 들었던 이야기였겠지만, 이제는 주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말 그대로 도깨비 역시 이야기 속으로 영영 사라져 가는 귀신이 되어 가나 싶다. 차순임 씨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다.

“그려. 이거 베 짜다가 석유가 떨어져서 밤에. 석유 사러 갔어. 석유 사러 간게 느닷없이 비가 오는디, 막 쏟아지게 오는디. 천둥이 오더라고. 근게 내가 질을 잃어버렸어. 한참 한바탕 헤매고 있는디. 그것이 도깨비 홀린 거라 하더라고.

옛날에 어려서 들은게로. 도깨비한테 홀리면 가만히 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땅을 쳐다보고. 하늘을 보면 별이 보인게로 그러면 집으로 오라 하더라고. 그래서 인나서[일어나서] 본게로. 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나오더라고. 달이 보이더라고. 있어서 왔어. 실제 도깨비불을 봤어. 도깨비불은 새파래 갖고 번득여. 도깨비불을 보면 겁나게 무섭제.”

[정보제공]

  • •  차순임(여, 1927년생,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주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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