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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정취 담아 마을을 가꾸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A010102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해숙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은 2007년 농업진흥청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면서 마을이 오래도록 간직한 전통 문화를 다시 살리기 위해 마을 사람 모두가 힘을 합치고 있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전통 문화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살아 온 삶에 대한 가치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새롭게 인식하면서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외부인들과 더불어서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던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데, 세상이 좋아지고 농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달라지면서 마을에 점차 변화가 생기게 된 것이다. 여기에 국가적 지원이 큰 힘을 실어 주어 가평마을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이 지닌 따뜻한 성품과 온화한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게 되었다.

[안내판도 설치하고 돌담길도 정비하고]

가평마을에서는 마을 곳곳에 안내 표지판과 마을 그림 지도, 설명문 등을 설치해 출향 인사와 관광객들, 외부인들이 마을의 중요한 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평마을만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로 대표적인 곳이 마을 돌담과 시멘트 담장, 1980년대 대문, 슬라브집, 당산거리 등인데, 특히 골목길을 따라 지나가면 돌들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돌담길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렇게 가평마을 사람들은 마을 곳곳에 있는 돌담길을 다시 정돈하고, 전통 한옥의 지붕도 새롭게 단장하여 고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오래오래 머물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문화유산해설사까지 마을에 상주하고 있어 언제든지 친절하게 마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해 주고 있다. 마을을 돌면서 마을 사람들의 훈훈한 정감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가평마을에서 고사채길[고샅길]이라 불리는 골목길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옛날 순이와 철수가 뛰어놀았음직한 장면이 떠오른다. 시집을 앞둔 처녀가 물을 길러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했을 것이고, 지게에 나무 한 짐을 지고서 힘겹게 걸어가는 아버지, 나물을 한 바구니에 담고 바삐 걸어가는 어머니, 담뱃대를 물고서 이리 저리 살피면서 걸어가는 할아버지, 지팡이를 짚고 구부정하게 걸어가는 할머니와 그 옆으로 졸졸 따라가는 손자와 손녀 등이 파노라마처럼 연상된다.

비록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가더라도 사람 찾기가 쉽지 않지만, 돌담길만 보더라도 그 옛날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삶의 흔적을 느끼게 하고 회상하게 한다. 이 마을에 살지 않은 사람에게, 그리고 한때 이 마을에서 살았던 이들이 다시금 마을을 찾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고향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어찌 외부인들만을 위한 것이겠는가? 이렇게 마을을 가꾸고,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살리고, 골목길마다, 집집마다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이 마을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마을을 지켜 주는 방풍숲]

가평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에 박사를 비롯해서 판사, 변호사, 교장 등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가평초등학교 터가 좋기 때문에 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출세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터가 좋다고 믿고 있는 가평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나무들을 보면 학교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높게 그리고 멀리 드리워진 이 나무들은 한여름이면 그늘이 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고, 한겨울에는 방풍숲이 되어 방장산 사이로 몰려드는 바람을 막아 준다. 이러한 나무들은 마을을 지키는 마을 숲으로, 그리고 학교를 지키는 학교 숲으로, 학생들을 지켜 주는 지킴이 숲으로 자리 잡고서 현재도 변함없이 푸름을 자랑하고 있다.

[남녀 유별하는 모정]

가평마을에는 모정(茅亭)[여름철에 마을 주민이 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세운 마을의 공유ㆍ공용 건물]이 두 곳이나 된다. 마을의 서쪽이며, 넓은 들녘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위치한 모정은 할아버지 모정이라 하고, 마을 동쪽 당산 가까이에 있는 모정은 할머니 모정이라 부른다. 이렇게 큰 모정이 두 곳이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을의 규모가 제법 컸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마을 사람들 스스로 남녀가 유별하기 때문에 공간을 각각 달리하는, 그들의 철저한 유교적 관념을 그대로 보여 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모정은 농부들에게나 부녀자들 그리고 노인들, 아이들에게까지 좋은 휴식 공간이 된다. 여름이면 한낮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모정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삼삼오오 모여 서로 농사일을 상의한다.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곳이다. 또한 백중 무렵이면 마을 사람 모두가 나와 이곳에서 풍물을 치며, 한바탕 어울리며 잔치가 벌어지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모정에 앉아 들녘의 곡식이 여물어 가는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거나, 어느 집의 아들, 딸들이 부모님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이렇게 모정은 마을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자 회의 공간이며 소통 공간으로 기능하며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보제공]

  • •  고남규(남, 1939년생,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이장)
  • •  고복상(남, 1941년생,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주민, 고색창연테마마을 운영위원장)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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