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남도 순천시 서면 학구리 출신 한말 의병장 정몽굴에 관한 이야기.

[채록/수집 상황]

「정몽굴전설」은 1997년 순천시사편찬위원회에서 편찬한 『순천시사』-문화·예술편 127~128쪽에 「정몽굴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1992년 1월 10일 서정규[남, 당시 63세, 순천시 서면 학구리]에게서 채록한 이야기이다.

[내용]

정몽굴은 한말 때 의병장으로 알려져 있다. 구전에 의하면 정몽굴은 오늘날 순천시 서면 학구리 사람으로 마을 사람들에게는 일제에 맞선 의병장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순천 지역에서 활동했던 의병 관련 문헌 기록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정몽굴은 얼굴이 매우 무섭게 생기고 힘이 장사여서 마을 사람들 모두 정몽굴을 장군감으로 여겼다고 한다. 한말 일제에 의한 침략이 노골화되자 전국 각지에서 의병들이 들고 일어섰다. 순천 지역에서도 안규홍(安圭洪)과 강진원(姜振遠)[1881~1921] 등의 의병장들이 각 마을의 의병들과 힘을 합쳐서 일제에 항거하였다. 학구리의 정몽굴도 분연히 일어나 의병장으로 활동하였다. 일본군들은 화력이 좋은 총을 가지고 있고 체계화된 군사훈련을 받아 그 힘이 막강했지만, 순천 지역의 의병들은 일본군에 비해 형편없는 무기와 조직력으로 활동하던 시기라 일본군들의 무기를 어떤 식으로든 뺏어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정몽굴은 어느 날 성능 좋은 총으로 무장한 한 무리의 일본군들이 말을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몇 명의 의병들과 합세하여 일본군의 총과 말을 빼앗으려 하였다. 그러나 의기만 있었지 전략·전술이 없었던 탓에 정몽굴을 비롯한 의병들은 일본군과 싸움에서 결국 패하였고, 정몽굴은 비월리로 몰래 숨어들어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뒤 정몽굴은 같은 조선인의 밀고로 일본군에게 잡혀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모티프 분석]

「정몽굴전설」의 주요 모티프는 ‘장수의 패배’이다. ‘장수의 패배’ 모티프는 비범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지만,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아기장수’ 설화의 근간을 이루는 모티프이기도 하다. 의병장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가까운 사람의 배신으로 일본군에게 잡혀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는 「정몽굴전설」은 아기장수 설화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이러한 패배한 장수 설화는 구비설화를 향유하는 전승 집단의 현실 인식과 맞닿아 있다. 설화의 전승주체인 민중이 가진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현실 인식이 설화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서 장수는 완전히 패배하지 않고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민중의 의지 역시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한편, 정몽굴은 일제강점기 순천의 서면 학구리 출신 의병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정몽굴은 비록 문헌에조차 기록이 나와 있지 않는 의병장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학구리에 정몽굴이라는 의병장이 있었음을 믿고 있으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대체로 정몽굴 전설과 같은 인물전설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기보다는 당대 민중들의 세계관의 반영을 통해 설화적으로 형상화된다. 따라서 정몽굴 전설도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항거했던 지역민들의 애국적 의식이 설화적으로 투영되어 형성된 이야기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