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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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어느 동네에나 반푼이가 있고, 말이 어눌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지석태는 같은 동네의 철없던 고등학생 형을 기억한다. 조금은 한심스런 형이었다.
“나이가 분명히 많은 형이었는데. 되게 차이 났어요. 키도 컸고. 저희는 초등학생이었는데 그 형은 고등학생인가 그랬어요. 저희들하고 같이 놀아요. 그 형이 이해가 안 돼요. 수준이 낮은 건지.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형이 되게 한심해요. 초등학생이랑 왜 같이 놀아. 친구가 없었는지.
그 형 집 옥상에 창고 같은 데가 있었는데 하루는 그 형이 창고 앞으로 불렀어요. 그래놓고는 여길 청소하자고 해요. 여기가 이제부터 아지트래요. 그래서 막 청소를 했어요. 의자 같은 거 갖다놓고. 그 아지트의 역할은 뭐냐면. 그날 구슬치기를 하면 구슬치기한 성과를 애들한테 자랑하는 거예요. 쭉 둘러앉아서 몇 개 땄다 그런 걸요.”
어렸을 때 재산은 구슬, 딱지였다. 친구들과 그는 동그란 딱지가 아닌 네모난 딱지에 특히나 집착했다. 잃으면 다시 접으면 되는 걸 그때는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 그런 것들이 그에게는 자랑이자 재산이었다.
“그 형네 집에서 프로레슬링 비디오를 많이 봤어요. 그 당시 한참 열띤 논쟁을 벌인 게 뭐냐면, 프로레슬링이 정말 진짜 싸우는 거냐 짜고 싸우는 거냐 그거였어요. 의견이 거의 반반이었어요. 진짜다, 짠다. 저는 항상 어렸을 때는 다 진짜라고 생각했었어요. 설마 짜고 싸우는 걸 사람들이 왜 보냐. 중학교 때 쇼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그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우릴 속일 수가 있는가. 정말 진짜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봤거든요.“
당시 지석태의 집에는 비디오가 없었기 때문에 그 형이 프로레슬링 비디오를 보여준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사실 그와 친구들에게 아지트는 필요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