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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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소년 구보의 집은 답십리 개천 주변에 있었다. 이삽십 평 남은 되는 집이었다. 끼니도 어려운 사정이었으니 집의 형편이야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어머니에게는 더없는 의지처였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바람은 밖에서 불어왔다. 소년 구보가 초등학교 2학년 될 때쯤 서울은 재개발 바람이 불었고, 소년 구보가 살던 답십리 개천 일대도 철거 대상이 되었다. 구보의 나이 아홉 살, 한창 뭔가를 알아갈 무렵이었다. 개천에 아름다운 봄꽃들이 피어날 무렵 소년 구보의 집은 사라졌다.
봄비에 꽃잎이 지듯 집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지만 구보의 어머니도, 소년 구보도, 구보의 형제들도 누구 하나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철거민이 되었다. 철거민들은 성남으로 옮겨졌다. 소년네 식구들이 성남으로 이사하던 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차를 어디서 구했는지 모른다. 소년 구보는 허름한 세간을 실은 짐차 뒷칸에서 그 비를 다 맞았다. 다른 철거민들처럼 소년네 식구도 단대동 단대오거리 주변 어리에 부려졌다.
“임시적으로 천막을 하나씩 주면서 임시적으로 살아라 해가지고 그때 많은 철거민들이 수십 명 수백 명이 와 가지고 거기 군데군데 이렇게 철거를 천막 쳐놓고 살고 있었어요. 살고 있다가 (천막 크기는 어느 정도 됐나요) 천막 크기는 한 세네 평 정도 될 거 같애요. ... 그렇게 해서 살다가요, 인제 인제 그 뭐라고 그러지 인제 땅을 분배해 주기 위해서 성남에서 관할하는 땅을 분배해 주기 위해서 제비를 뽑았다 그러드라고요. 거기서 제비뽑아 가지고, 그 땅 상대원이면 상대원 은행동이면 은행동 하대원이면 하대원 있는 거처럼 제비뽑는 그걸 가지고 그 번지수를 쫓아가 가지고, 거기에다 사람들이 천막을 우선 쳐가지고 살다가, 여유가 생기면 벽돌 같은 거를 사다가 집을 짓기 시작하드라고요”
소년네 식구도 단대오거리에서 천막살이를 하다가 상대원3동 쪽 땅을 분배 받았다. 처음에는 천막으로 시작하였다. 주변에는 천막집이 좀 있었고 벽돌집이 몇 군데 있었다. 소년 구보의 어머니는 이후 여러 번 그때를 이야기 하셨다. 소년 구보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이면 어머니는 다시 이야기하셨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소년 구보가 그때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절반은 어머니의 기억에 의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