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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와 담배로 본 1년 농사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C010301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박경숙

[구수마을의 고추 농사]

구암리 구수마을에서 고추는 효자 작물이다. 용돈도 벌고 가용으로도 쓰고 타지에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추는 우리 밥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작물이다. 고추가 없는 우리의 식단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이다.

구수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점점 더 수입 고춧가루가 우리의 식단을 장악해 가고 있지만, 일손이 없어 고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면서 “사서 먹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고 힘닿은 데까지는 고추 농사를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추를 수확할 때 일손이 부족하여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고 한다. 구수마을 최선례[1943년생] 씨는 “더 딸 수 있는데도 그냥 둘 때는 자식을 버려두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하였다.

“시방은 돈 주고도 사람 못 사. 고추 농사는 혼자서 힘들제. 또 그러고 고추 농사는 느닷없이 수확량이 줄어들고 그런디, 비가림이면 몰라도 수확량 조절을 못 혀. 아, 날씨가 좋으면 많이 따제.”

고추는 주로 모종을 사서 밭에 옮겨 심는다. 많이 하는 사람은 종자를 사 와서 2월이 가기 전에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운다. 이때 날씨 사정에 따라 전깃불을 사용하기도 한다. 모종을 옮기는 시기는 4월경이다. 고추 재배 방식은 터널식과 노지 방식이 있는데, 구수마을에서는 주로 노지 방식을 택한다. 고추 농사 규모는 가구당 5마지기[약 3306m²] 정도이다. 수확은 7월에서 9월까지이며, 5~6번 정도 딴다. 수확한 고추는 태양에 말리기도 하고, 많이 짓는 농가는 경우에 따라 건조기에 넣어 말린다. 가격은 날씨나 병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추 농사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탄저병이다.

“제일 무서운 게 탄저병이여. 그러니까 초기에 약으로 잡아야 하는데 잘 잡히지도 않아. 탄저병만 아니면 고추 농사 걱정이 없제. 요즘에는 칼라병이라고, 고추가 빨갛고 파랗고 노랗게 되는 그런 병도 새로 나왔당게요.”

고추 농사는 탄저병이나 큰 장마가 아니면 그런 대로 괜찮다고 한다. 물론 해마다 빠지지 않는 ‘희나리’[건조 과정에서 썩고 알록달록해져 품질이 떨어진 고추]도 있지만, 고춧가루를 빻아 농가에서 가용으로라도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고 한다. 건조를 마친 고추는 중간 상인들이 직접 가져가거나 5일장에 내다 판다. 인건비는 여자가 4만 원, 남자가 10만 원이다. 외지에서 부를 때는 여자의 경우에도 인건비가 5만 원이다. 소개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많은 소득은 아니라도 그래도 해 볼 만한 게 고추 농사”라고 한다. 우리 음식 문화가 바뀌지 않고 김치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고추 농사는 계속될 것이다.

[구수마을의 담배 농사]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구수마을에서는 담배 농사를 짓는 가구가 많았다. 그러나 주민들이 고령화되고 부녀자만 남게 되면서 급속도로 재배 농가가 줄어들었다. 담배 농사는 공정이 복잡하고 일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가족 수가 많아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KT&G와 계약 재배를 하는데, 한 마지기[약 661m²]당 200만 원씩 선도 자금을 푼다고 한다.

담배 농사는 밭작물 중에서 고추 농사만큼 수확량이 좋고 경제적으로도 그 값이 높다. 콩과 담배를 놓고 비교해 볼 때, 콩 1㎏이 3500원이라면 담배는 1㎏당 8000원 정도가 된다. 고추 1㎏[1근 6홉]도 보통 8000원 정도는 나간다. 이와 같이 가격 비교를 할 때, 일손이 부족하지 않을 때는 담배와 고추가 효도 작물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구수마을에서는 10가구가 담배 농사를 지었으나 2009년에는 두 가구만 지었다. 그나마 “이제는 힘이 없어 담뱃잎을 따서 옮기기도 힘들고 담뱃잎을 엮을 기력도 없어 그만 지어야 할 형편”이라고 말한다.

담배 모종은 고추 모종을 한 다음 마을 책임자[담배 총대]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모종을 배분하여 4월경에 심는다. 그리고 6월부터 7월까지 고추 수확할 시기와 맞물려 담뱃잎을 딴다. 주로 네 번에서 일곱 번 잎을 따고 크기별로 담뱃잎을 골라서 엮어 말린다. 말려진 담뱃잎은 KT&G 해당 지역 조합에서 수매한다.

담배 상품 등급은 하엽[담배 아랫 잎], 중엽[담배 중간 잎]ㆍ본엽[담배 중간 잎], 상엽[담배 윗 잎] 순으로 나누어지는데, 가장 높은 등급이 중엽과 본엽이다. 가격은 중엽ㆍ본엽 1등이 1㎏당 8600원, 2등은 7600원, 3등은 5600원, 4등은 1000원 정도이다. 수매할 때는 대부분 중엽ㆍ본엽으로 하여 1ㆍ2등 등급을 받는다. 상품 가치가 없는 ‘당초’는 직접 말아서 피우기도 했다.

지금은 잎 크기별로 선별하지 않고 무조건 엮어 말린다. 담배는 그 자체가 독한 성분이라 약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소득이 높기 때문에 해 볼 만한 농작물인데도 일손이 많이 가고 힘이 많이 들어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담배 대신 복분자나 허깨나무로 눈을 돌리는 농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단다.

[정보제공]

  • •  김순례(여, 1942년생,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주민)
  • •  전윤길(남, 1942년생,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주민)
  • •  최선례(여, 1943년생,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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