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A03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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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한미옥 |
[매꼬지댁 할머니 이야기]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에는 90세를 넘어 장수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 김기영 씨는 올해[2009년] 96세로 그 중에서도 최고령자다. 그런데도 불편한 곳이 없을 정도로 정정하다. 장수하는 비결에 대해 묻자 별다른 말씀 없이 그저 빙긋이 웃기만 한다. 우문에 현답이다.
김기영 씨의 친정은 정읍시 소성면 기린리 매꼬지마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기영 씨를 ‘매꼬지댁’으로 부른다. 친정아버지가 사업도 하고 면장도 했기 때문에 비교적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김기영 씨는, 열일곱 살이 되던 해인 1931년에 한 살 어린 열여섯 살의 꼬마 신랑과 혼례를 올렸다. 그리고 1년을 친정에서 ‘묵힌[지낸]’ 뒤에 열여덟 살[1932년]에 이곳 가평마을 시댁으로 들어왔다.
시어머니가 방장산이 품에 들어와 안기는 꿈을 꾸고 낳았다는 남편은 1남 6녀 중 장남이자 밀양박씨 집안의 귀한 아들이었다. 이 때문에 시어머니는 새벽이면 늘 깨끗한 물을 길러 와 부뚜막 위의 조왕 중발에 담고 조왕공을 올렸다. 외며느리로 시집온 김기영 씨가 3남 3녀의 자손을 낳은 것도 아마 시어머니의 이런 정성스런 공들임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 시어머니의 조왕 중발은 며느리인 김기영 씨에게로 넘어와 다음 세대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다 자식들 잘되라고 비는 거야]
“우린 시방도 허고 있어. 조왕 중발. 시방은 [사람들이] 조왕 중발 [물] 안 떠논게, 시방, 내가 한 번씩 떠 놓고. 딱 떠다가 놔. [지금은] 수돗물 떠 놔야지. 새암[샘]이 어디 없은게. 깨끗헌 물. 첫째로 일어나서 [마을에 있는] 가운데 또랑물[도랑물] 젤 먼저 길어다가 동이에다 여다 놓고 마당에다……[놓고]. 조왕에는 여그서 떠 놓고. 아, 물 질어다가, 조왕에도 떠 놓지마는, 마당에다가……[도 떠놔]. 칠석에는 장독에다 물 떠다 놓지, 장독에다. 장광에다가. 아닐 때는 마당에다 놓고. 지푸락(지푸라기) 깔고. 나는 비손 빌지 모른게 물만 떠 놨다가. 공 되라고 물만 떠 논거여.”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나서 정성스럽게 길러 온 물을 마당과 부엌의 부뚜막 위에 올려놓고 마음을 다해 자식들의 안전을 기원하던 조왕공. 이제 부엌의 모습도 불을 때던 아궁이에서 가스레인지로 바뀐 지 오래되었지만 자식을 위하는 어머니의 마음만은 대를 이어 오고 있는 것이다.
매꼬지댁 김기영 씨는 시집오기 전부터 길쌈을 매우 잘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집 와서도 시부모를 비롯한 시댁 식구의 옷가지는 모두 자신이 길쌈을 하고 바느질을 해서 입혔다고 한다. 게다가 1년이면 몇 차례씩 친정에 가서 베를 짜 주고 오곤 했지만, 친정에 다녀올 때는 무언가 손에 들고 오니 시부모님이 며느리인 자신을 그리 미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베는] 큼서도[크면서도] 짰제. 큼서도 베 짜고. 그러고 시집 와 갖고도, 또, 친정 가서 명주베 짜 줬제. 거, 거시기 짜로 오라 근게. 저, 얻은 엄매가. 양 어매가. 그러믄, 짜 주믄 옷도 줘. 베. 명주 베를. 나도 옷 해 입고. 갖다가 주므는 인자, 시아버지 시어머니도 옷도 해주고. 베, 겁나게 짰어.”
김기영 씨는 젊어서부터 절에 다녔는데, 지금도 여건이 허락되면 항상 절에 다닌다고 한다. 아흔 살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1년에 몇 차례씩 이웃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인근 상원사에 다녀오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단다. 손자 내외와 함께 아직도 정정하게 살고 있는 김기영 씨. 지금도 새벽이면 일어나 자식들을 위해 조왕공을 드리고, 부처님께 공을 들이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김기영 씨가 아흔 살을 훌쩍 넘겨 장수하는 비결일 것이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