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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위해 조왕 앞에 올리는 정화수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A010502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해숙

조왕은 부엌에서 모시는 신으로, 부엌의 부뚜막 위에 작은 선반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물 한 그릇을 받쳐 놓는 형태로 모신다. 지금은 부엌을 입식으로 개조하면서 싱크대 위에 물 한 그릇을 받쳐 놓은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조왕은 자식의 건강과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가신(家神)으로, 집집마다 모두 모셨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조왕을 모시는 집은 따로 있다고 한다. 조왕 역시 오늘날까지 모시는 집은 거의 없다. 대부분 집을 개량하면서 모시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조왕을 모시는 집에서는 매일 아침 물을 떠 놓는데, 마을에 초상이 나면 궂은일이라 하여 물을 떠 놓지 않다가 출상한 뒤에 물을 다시 떠 놓는다.

[집에서 안 모시면 절에라도 모시지]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에는 지금도 조왕을 모시는 집이 있다. 과거에는 모든 집들이 조왕을 모셨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사라진 가정 신앙 가운데 하나이다. 매꼬지댁으로 불리는 김기영[1914년생] 씨는 가평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인데, 시집온 이래 지금까지 하루도 거른 적 없이 조왕에 물을 떠 놓는다고 했다. 이는 가족의 평안과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함이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 한 달에 한 번씩 떠 놓는단다.

차순임 [1927년생] 씨는 시집 온 이래 최근까지 50여 년 동안 조왕을 모시다가 집을 새로 지으면서 모시지 않게 되었다. 차순임 씨는 시집 와서 시어머니가 모시는 것을 이어받아 모셨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낳기 전에 여러 자식을 잃어버리면서 조왕을 모시게 되었다고 하며, 그녀 역시 시어머니가 하던 것을 이어서 매일 아침마다 조왕 앞에 물 한 그릇을 받쳐 놓았단다.

이렇게 깨끗한 물을 받쳐 놓고 모시다가도 집안이나 마을에 초상이 나면 물을 받쳐 놓지 않는다. 이유는 집안과 마을이 더러워졌기 때문에 이런 날 조왕을 위하면 오히려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출상한 이후로 다시 물을 받쳐 놓는다.

차순임 씨는 이렇게 정성스럽게 모시던 조왕을 모시지 않은 것이 서운하여 조왕을 절로 옮겨 모시고 있다고 한다. 절은 방장산 근처 용추골에 있는데, 매년 정월 초사흗날, 삼월 삼짇날, 사월 초파일, 칠월칠석날 주로 찾아간다. 차순임 씨는 절에 가서 마음 닿는 대로 돈이나 쌀로 부주하고 가족들을 위해 비손한다. 정초 때는 절에서 준 ‘입춘대길(立春大吉)’ 부적을 사서 부쳐 놓기도 한다. 차순임 씨의 말대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어머니들은 믿음이 없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가족의 건강과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믿음은 모든 어머니들 가슴에 내재된 절대적 믿음이라 할 것이다.

[자식들 잘 되라고 비는 거야]

이러한 조왕 모시기를 더 이상 하지 않은 것은 가옥 구조 개선이 직접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농경 사회에서 생성, 전개되었던 이러한 신앙이 오늘날의 사회 분위기에 따라 점차 쇠퇴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소멸보다는 새로운 신앙 행위로 대체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주부가 주도한 조왕 신앙은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등의 고등 종교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 새벽 조왕에 정화수를 떠 올리며 정성을 드리는 신앙의 전통이 새벽 미사나 예배드리는 모습으로 전이되었을 뿐이다.

이처럼 어머니의 정성은 형태만 다를 뿐 오늘에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집 안에서 모시던 여느 신앙이나 사찰의 칠성각에서 기도 드리는 것 역시 장소만 바뀌었을 뿐 부녀자들의 신앙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

[정보제공]

  • •  차순임(여, 1927년생,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주민)
  • •  김기영(여, 1914년생,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주민, 택호 매꼬지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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