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A01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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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가평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서해숙 |
차순임[1927년생] 씨가 들려 준 「아기 장수 우투리」는 어릴 적 부모님께 들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정읍시 입암면 천원마을이 고향인 차순임 씨는 부모님이 종종 자식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과부인 어머니가 먹을 것이 없어서 뜸쑥[뜸을 뜨는 데 쓰이는 약쑥]을 달여 먹었더니 윗몸만 있는 ‘우투리’를 낳게 된다. 어머니는 아이가 백일이 되자 방안을 날아다니는 광경을 목격하나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 어느 날 우투리가 어머니에게 팥과 콩 한 말을 챙겨 달라고 하면서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이 말을 엿들은 한 여인이 있어 결국은 어머니가 우투리가 있는 곳을 알려 주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투리는 장수가 되지 못한 채 날아가 버렸다는 이야기다.
[민중의 꿈과 희망을 담고 있는 우투리 이야기]
날개 달린 아기장수가 그 뜻을 펼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죽음을 당하는 이야기의 변형인 「우투리 이야기」에서도 우투리는 장수로서의 굳건한 뜻을 펼치지 못한 채 죽음을 당한다. 실패한 영웅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우투리는 뛰어난 능력과 예지력을 지닌 인물이지만, 관군에 의해 그리고 마을 사람 혹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만약 그가 어머니를 잘 만나 원하는 대로 뜻을 펼쳤다면 이 암울한 세상을 구제하고도 남을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가 원하는 대로 두지 않았다. 우투리는 마지막 뒷발로 일어서던 아슬아슬한 찰나에 관군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아기 장수 우투리」나 「우투리 이야기」는 민중의 집단적 정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우투리 이야기를 통해서도 민중의 꿈과 염원을 읽어 볼 수 있으나 우투리가 그 꿈을 펼치지 못한 채 무너지듯, 민중들 역시 꿈과 염원은 마음속으로만 간직한 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차순임 씨가 들려 준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다.
“옛날에 어떤 젊어서 혼자 사는 여자가 있어, 홀어미가. 젊어서부터 청상과부로. 거시기 비 세울라고 열녀문 세울라고 시집도 못 가고. 그런 집안이 있어. 그 사람이 인자 날마다 일만하고 그러는디. 그때 먹을 것도 작고 그런게로 뜸쑥을 많이 다려먹었다네. 뜸쑥. 뜸쑥을 많이 다려먹었더니 임신을 했어. 근게 어쩌겄는가 포도시[겨우] 어찌게 해서 낳았는디. 놈 모르게 낳았는디. 어찌게 소문이 났어. 근디 그 애기가 윗도리만 있지 아랫도리가 없어.
애를 놔두고 일을 댕겨, 일을 댕기는디. 몇 살이나 먹었던가 인자 나이 먹었가고 뭐라고 그러는디. 하루는 일을 가는디, ‘어머니 입을 조심하시오.’ 그랬다네. ‘어째 입을 조심해야?’ 근게. ‘어머니를 내가 꼭 어머니 서[혀]를 짤르면 좋겄는디 서를 못 자르고 부모라 못 자르고, 나 아무 날 산 밑에 아무 산 밑에 바우 밑에다가 콩 서 되하고 깨 한 되하고 갖다 노라고. 근게 입을 조심하라고.’
근디 인자 오다가다 들었어. 여자 하나가. 그 소리를, 아들이 한 소리를. 그래서 인자 몰랐는디, 갖다 거기다 놓았어. 놓고 엄마가 입 딸싹도 안하고 댕기는디. 아 인자 관가에서 소문이 났어 잉. 애기를 웃뚜리를 낳는디 어따 뒀냐고. 소문이 났어. 족쳐도 안 갈쳐 줘. 족쳐도 안 갈쳐 준디. 어떤 여자가 갈쳐 줘 버렸어. 그 여자가 갈쳐 줘분게 헐 수 없이 갔어. 지그 어매를 앞세운게. 갈쳐 준게.
깨 한 되는 총칼이 되고, 콩 서 되는 군사가 되고. 그래 갖고 앞발은 들고 뒷발로는 못 일어나더라네. 쬐금만 한 며칠만 더 지나면 앞발이 들면 달음박질 해 버렸는디. 못 인나서[일어나서] 바그르 거시기 하고는. 지 어매가 보고는, 날개가 달려서 날라 가면서 뭐라고 그러는고는, ‘어머니 서[혀]를 꼭 잘를라다가 내가 부모라 죄를 지어서 못했더니 부모 은덕이 이만큼밖에 안 되는가비오.’ 그러더니 ‘엄마가 갈쳐 줬으니까 글지. 엄마가 안 갈쳐 줬으면 못 가제. 엄마가 죽어도 안 갈쳐 줘야제.’ 하고 날아가 버리데.
그 사람이 장군이 되어서 나갈 판이었제. 근게 여자는 입을 조심해야 한다 그거여. 어매가 본게로, 백일이 된게로 앞서 위 시렁가에 오르고 뒤 시렁가에 오르고 그래도 암만 말도 안 했는디. 그 말을 한 것이, 어매하고 헌 것을 여자가 들었어. 그 여자가 갈쳐 줘 버린게 인자. 어매를 데리고 거기를 갈쳐 줘 버렸어. 죽어 버리고 말았으면 된디.”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