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B01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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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자현 |
[진마마을 가을 풍경]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사람들은 봄이 되면 모판을 준비하여 못자리를 만든다. 모가 다 자라면 모내기를 하고, 벼가 자라는 동안 간간히 병에 걸리지 않게 농약을 친다. 8월이 되면 푸르스름한 벼가 꼿꼿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드는데,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푸르스름한 빛이 노란 황금빛으로 물들고, 9월이 되면 세상과 자연의 이치에 수긍하듯 고개를 숙인다. 이렇게 노랗게 익은 벼를 수확할 때가 다가오면 온갖 과일들도 먹음직스럽게 익어 간다. 그리고 추석을 맞이한다.
해마다 추석이 되면 진마마을 사람들은 차례를 지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미리 장에 나가 필요한 것들을 사두었다가 추석 전날에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올릴 제물을 준비한다. 떡은 보통 흰떡[절편]을 올리는데, 추석에는 반드시 반달 모양의 송편을 빚어 제사상에 올린다. 진마마을에서 쑥이나 모시 잎을 이용해 송편을 빚기도 하고, 흰 송편을 만들기도 한다. 송편 속에 넣는 고물은 팥ㆍ콩가루ㆍ돈부ㆍ콩ㆍ깨ㆍ설탕 등으로 집집마다 다른데, 어떤 고물을 넣느냐에 따라 송편 맛이 다르다.
[뭐든 조상께 올리고 나서 사람이 먹지]
추석날 아침이 되면 안방 윗목에 조상상과 성주상을 차린다. 성주상에 올리는 제물의 종류는 조상상과 같지만, 음식의 양은 더 적게 올린다. 집안에 따라서는 삼신상을 차리기도 한다. 삼신은 아이를 점지해 주고 건강을 보살펴 주는 신이다. 삼신상은 바닥에 지푸라기를 깔고 그 위에 메 한 그릇과 물 한 그릇을 놓는 정도로 간단하게 차린다. 제물 진설이 끝나면 가장이 제관이 되어 술 한 잔을 올린다. 그런 다음 모두 재배를 하면 차례가 끝난다. 상에 있는 음식은 가족 모두가 나눠 먹는다. 이렇게 집 안에서 차례가 끝나면 오전 10시경에 간단하게 주과포[주과포혜: 술 · 과일 · 육포 · 식혜라는 뜻으로, 간략한 제물을 이르는 말]만 준비하여 성묘를 간다.
옛날 진마마을에서는 추석이 되면 장손 집에서부터 순서대로 ‘차례 지키기’를 했다. 새벽부터 집안 차례에 참석하기 위해 여러 집을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큰집과 작은집들을 돌아다니고 나면 오전 10시가 되었다. 차례를 지내는 집에서는 술과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여 찾아온 일가친척들을 대접하였다. 그래서 이날만은 마을 사람 모두가 풍족한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집 안에서 차례가 끝나면 진마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마을회관에 모인다. 이때 집에서 장만한 음식과 술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이렇게 모인 마을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논다.
옛날에는 추석날이 되면 마을 가운데에 있는 큰 나무에 그네를 걸기도 했다. 부녀자들과 여자아이들은 그네를 타고 놀았고, 청장년들은 서로의 힘을 자랑하기 위해 씨름판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달이 떠오르면 부녀자들은 마을 공터로 몰려들었다. 공터에 모인 부녀자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큰 원을 만들어 강강술래를 했다.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자고 일어나면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아팠지만 너무나 흥겹고 재밌어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즐거웠다고 한다. 김수성[1947년생] 씨의 기억에 의하면, 그의 나이가 열여덟 살이었던 1965년도까지 진마마을에서는 강강술래를 했다고 한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