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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시절의 자화상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B020103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청우

[애비는 종이었다!]

질마재 를 넘어 서해 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지만 예전에는 150여 가구가 모여 살았던 제법 규모 있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살림은 썩 넉넉하지 않아서, 서정주 시인이 자서전에 술회한 것처럼, 소작을 짓거나 배를 타거나 소금을 굽거나 어물 행상으로 간신히 살아 나갈 수 있었다.

서정주 시인의 아버지 역시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의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시집 『화사집』에 실려 있는 「자화상(自畵像)」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시인은 그러한 사실을 “애비는 종이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뿌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그것은 단순한 거부가 아닌 다소 복잡한 심정의 표현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의 애정과 우수 어린 눈은 영원히 감기 직전까지 여전히 근원에, 또 고향인 질마재에, 그리고 질마재에 사는 마을 사람들에게로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이 마을의 가족적 분위기와 끈끈한 애정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옛날 진마마을 사람들은 크게 농업과 어업, 그리고 소금 및 어물 장사로 생활을 꾸려 갔다. 마을 사람들은 서정주 시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소작을 하거나 작은 규모의 밭을 일구어 생활을 영위했다. 지금도 농업은 마을의 주요한 생업이다. 재배한 콩을 말려 놓은 다음 털기 위해 나온 김복덕[1923년생] 씨는, 여전히 소규모 농사가 당신의 일이며, 다른 마을 사람들 역시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미당시문학관이 세워진 뒤로 외부 사람들의 방문이 잦아지자, 방문객을 대상으로 마을 사람들이 직접 생산한 진마마을의 농산물을 팔기도 한단다.

[어물장수와 소금장수]

김복덕 씨는, 예전에는 지금의 마을 입구 부근까지 바닷물이 들어와서 조기 같은 생선은 구하기가 쉬웠다고 말한다. 지금 마을 어귀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작은 고깃배들은 그 당시 사용했던 것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그 고깃배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옛날 마을 안으로 넘실대며 들어왔던 바닷물과 그 위로 생선을 가득 실고 함박웃음을 짓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김복덕 씨는, 당시에도 모든 종류의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명태 같은 생선은 구하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필요할 때면 질마재를 넘어 다른 마을에서 열리는 5일장으로 생선을 구하러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한 반대로 때로는 잡힌 생선을 장에 내다 팔기 위해 질마재를 넘어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마을 아래쪽 바다 근처에서는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고 그것을 가마에 구운, 말하자면 구운 소금을 만들어 그것을 마을 안팎으로 팔러 다니면서 생활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황점술[1944년생] 씨의 말에 따르면, 마을 아래쪽 바다 개펄에 정화 시설을 만들고, 거기에서 정화된 바닷물을 길어다 큰 가마솥에 부은 다음, 장작을 때 물을 증발시키는 일련의 방식으로 소금을 얻었노라고 회상한다. 그렇게 얻은 소금은 천일염보다도 더 짙은 풍미를 지녔다는 말과 함께, 그 소금을 질마재 너머 마을 밖 시장에 팔기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서정주 시인의 「눈들 영감의 마른 명태」라는 시에도 ‘하루 몇 십 리씩의 지게소금장수’인 눈들 영감의 손자가 나온다. 그러나 제조 과정에서 볼 수 있듯 그 절차가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갔기 때문에, 염전이 생기고 교통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제는 자연스럽게 소금 만드는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마을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현재 고창군에서는 소금 만들기 체험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니, 조만간 진마마을에 살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생활을 체험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보제공]

  • •  김복덕(여, 1923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 •  서정태(남, 1923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 •  황점술(남, 1944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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